본문 시작
세저리 이야기
거기서 거기였던 목은수의 쉬크한 입사
- 낮* 찬
- 조회 : 5101
- 등록일 : 2023-08-08
목은수 단비뉴스 시사현안팀장이 <경인일보> 기자님이 되셨습니다.
안티이기도 한 목 기자님의 입사 전후 사정을 (오만가지 일로 정신없는 낮수찬이 말이야, 어?, 이렇게 뜨거운 낮에 일부러 시간 내서 말이야, 어?, 내가 마 목은수한테 사진 보내라, 글 보내라, 빨리 보내라, 잔소리하면서, 전부 다 취재하면서, 이렇게, 어?) 씁니다.
그는 대학 시절 교지 편집실에 있었고, (세상의 모든 학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하여 처음부터 목 기자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질색팔색하지 마세요. 목은수 기자님)
(사진설명: 지난 봄, 청년부 야유회에 참가한 목은수 기자님이 선생과 학생들을 차가운 계단 바닥에 앉혀 놓고 벌을 주고 계시다)
다만 나와 완전히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그는 쉬크했습니다. 쿨했습니다. 감정의 흔들림이 얼굴에 나타나는 법이 없었습니다. 찌질하고 질척거렸던 나의 20대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 태도와 성격이 기자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가 장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입사 소감'을 적은 글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함께 읽어보시죠.
"저는 첫 학기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동기들은 발제도 잘하고 논술도 잘 쓰고 기사도 잘 쓰는데, 저만 못하는 것 같았거든요. 기숙사 침대에 누워서 룸메 언니들 몰래 운 적도 있어요^ㅠ 당시 수많은 밤을 지새며. 각자의 고민을 나눴던 동주, 민주, 현재가 없었다면 정말 자퇴했을지도 모릅니다."
룸메이트와 동병상련한 것에 더하여, 그 시기를 버티고 이겨낼 수 있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 또 있었습니다. 남몰래 울어놓고 쉬크한 척 표정관리하던 그 시절, 목 기자는 '그 분의 말씀'을 영접했다고 합니다.
강의, 아닙니다. 조언, 아닙니다. 꾸짖음이나 격려도 아닙니다. '말씀'입니다. 세저리의 누구나 말을 합니다. 그러나 말씀은 오직 한 분이 하십니다. 제쌤이 어느 날 '툭 뱉은 말씀'이 큰 위로가 됐다고 목 기자는 증언합니다. 그 말씀은 무엇이었을까요?
"내가 보기에 너네는 다 거기서 거기란다^^."
받아 적으셨나요? 이 말씀으로부터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힘들 때마다, 롬메 몰래 울고 싶어질 때마다 그 말씀을 떠올렸답니다. 그 말씀을 목 기자는 이렇게 해석했답니다.
"우리는 다 '거기서 거기'니까, 과하게 위축되지 말고, 해보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거잖아요."
(사진설명: 단비뉴스 편집국장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목은수 선관위원장이 연태고량주를 받아들고 흡족해하고 계시다)
"세저리에 다니면 참 많은 걸 하게 됩니다. 사진도 찍고 촬영/편집도 하고 녹음도 하고 기자들이 쓴 책도 읽고 방송기사 스트레이트도 쓰고 드론도 날립니다. 세저리에 오지 않았으면 하지 못했을 경험들이라. 그만큼 역량과 고민의 폭이 달라집니다."
경인일보 입사 이후 '사내 교육'을 받고 있는 요즘, 세저리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한답니다.
"세저리의 가장 큰 장점은 기자가 뭐 하는 사람인지, 취재는 어떻게 하는 거고 기사는 어떻게 쓰는건지, 언론계는 어떤 곳이고 고민은 무엇인지 등등을 배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언론사에 입사해도 생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기자라는 직업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실험해볼 수도 있고요. 물론.. 일간지 기자의 삶은.. 쉽지않은 것 같아요.. 단비에서 느껴보지 못한 속도..."
후배들에게 조언도 남겼습니다.
"언론사마다 장점이 다르고 고민이 다릅니다. 언론산업세미나 수업을 활용해서 회사의 특성을 꼼꼼하게 비교해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과 원하는 걸 잘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언론사에 지원하면 합격이 좀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지난 봄학기부터 목 기자는 단비뉴스 청년부에 합류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목 기자가 일궈낸 최고 작품은 '정진야학' 시리즈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주에 발행될 '김동금 할머니' 이야기가 압권입니다. 한 방울의 이슬에 우주의 섭리가 담겨 있는 것처럼, 세상의 역사와 구조와 갈등과 평화가 제천에 사는 필부 한사람에게 녹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기사입니다.
그 기사의 출고를 '쉬크한 단짝' 김은송에게 맡기고 목은수 기자님은 경기/인천 지역 최고의 언론 <경인일보>에서 본격적인 저널리스트의 삶을 시작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연태고량주 한 잔 사겠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쉬크한 목기자'가 되어주길 응원합니다.
(사진설명: 출근을 앞두고 상경하는 기차에 오른 목은수 기자가 룸메이트들로 추정되는 세저리 친구들 앞에서 우는 시늉을 하고 계시다. 제쌤의 '말씀'을 영접한 뒤, 그는 더이상 울지 않게 됐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