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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왜 이러는걸까요
- 밤* 찬
- 조회 : 3619
- 등록일 : 2023-06-15
글쓰는 지금은 낮이지만, 잠시 '밤 수찬' 모드로 전환하여 다음의 질문을 던집니다.
-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6월 6일이었습니다. 늘 그렇듯 휴일에도 쉴 수 없었습니다. 세 종류의 연구보고서를 쓰는 와중에 새로 의뢰받은 칼럼 마감까지 겹쳤습니다.
그때, 누군가 연구실 문을 두드립니다. 똑. 똑.
석쌤이 웃으며 얼굴만 내밉니다. "지금 시간 되나요." 역시 훌륭한 매너. "잠시 놀 시간이 있나요." 어, 이건 뜻밖.
다시 보니, 석쌤의 꽁무니에 두 사람이 붙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석쌤은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놀자고 꼬드겨라'고 석쌤을 종용한 배후가 있었던 것입니다.
배후는 13기 김현주와 유재인이었습니다. 김현주는 뉴스토마토를 거쳐 KBS 기자로 입사하여 얼마 전에 수습 시절을 끝냈습니다. 유재인은 조선일보 기자로 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바빠 죽을 지경이었지만, 일부러 찾아왔으니 내쫓을 수 없었습니다.
내 방에는 '접대용 음료'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 석쌤께서 음료수를 들고 오셨습니다.
인자하고 매너좋은 석쌤을 칭송하고 싶지만, 그 음료수 때문에 우리 넷의 수다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점을 꼭 짚어야 하겠습니다.
여튼, 그때부터 나의 의문이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왜 휴일에 쉬지 않고, 지하철 타고 청량리역 가서 기차타고 제천역 내려서 택시타고 문화관 와서 엘리베이터 타고 4층까지 오는 것일까요. 왜 굳이 와서 교수들의 시간을 뺏는 것일까요.
김현주 기자님은 예전 저널리즘글쓰기 수업에서 '이렇게 글쓰면 안된다'고 나한테 많이 혼났습니다. 유재인 기자님은 공모전을 위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취재하면 안된다'고 나한테 수없이 혼났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말했습니다. "제천이 그리웠다." "문화관 보면 가슴이 설렌다." "교수님들 보고 싶었다."
왜 이러는 걸까요.
두 사람은 후배 재학생들을 위한 부식을 한아름 사들고 왔습니다. 말로는 교수들한테 고맙다면서, 컵라면은 왜 재학생들에게만 주는 것일까요. 그리고는 왜 나한테 '밥 사주세요'라고 조르는 걸까요.
음식이 오가는 이 방향과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그 마음을 나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혼나고, 고생하고, 힘들었는데, 왜 자꾸 찾아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나는 영원히 그 마음을 모를 겁니다. 온전히 학생의 처지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재학생들은 머지 않아 그 마음을 알게 될 겁니다. 그때 알려주십시오.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것인지.
추신. 며칠 뒤, 또다른 세저리 출신 현직 기자님이 카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선생님한테 매주 한번 혼나다가, 이제는 매일 혼나니 힘들다. 인생 꿀팁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낮 수찬'보다 무서운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졸업 뒤까지 이러다니요. 기자님들, 그리고 피디님들, 정말 왜 이러십니까.